한국인의 밥상 756회 “충청도 양반이라네” 한 그릇의 품격, 종가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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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과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 그 말 속에는 조선 유학의 본고장 충청남도에서, 오랜 세월 사람의 도리와 예(禮)를 지켜온 종가(宗家)의 삶과 정신이 담겨 있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전통의 가치를 지켜온 종가 사람들.

세월이 흐르며 제사의 풍경도, 가족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5월 28일 목요일 오후 7시 40분 KBS1 한국인의 밥상 756회 “충청도 양반이라네” 한 그릇의 품격, 종가 밥상 편에서는 굽어도 꺾이지 않고 이어온 종가의 시간, 그리고 그 손끝에서 완성되는 깊고 정갈한 종가의 밥상을 만난다.

사계 김장생 종가, 종손과 종부로 산다는 것은 – 충청남도 논산시

조선 예학의 큰 스승인 사계 김장생 선생의 종가가 자리한 충청남도 논산 연산면 고정리는 광산 김씨가 600여 년 동안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종가 마을이다. 주말이면 종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이 마을의 중심에 사계 14대 종손 김선원(81세) 씨와 14대 종부 정순옥(73세) 씨가 살고 있다.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는 나이에도 매달 초하루와 보름이면 사당에 차를 올리는 ‘봉심’을 단 한 번도 거른 적 없는 종손, 평생 제사 음식을 손수 만들어온 종부. 400년 된 놋 제기를 간직하며 묵묵히 종가의 예를 이어온 두 분의 삶은 그 자체로 종가의 역사다.

예부터 ‘광산 김씨 먹치레’라 불릴 만큼 음식의 색과 모양까지 세심하게 공을 들여온 사계 종가의 제사상. 치자 물로 곱게 물들인 웃저지를 올린 동부팥떡, 홍합과 두부를 달걀에 말아 부쳐낸 홍합두부말이전에는 음식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종부의 정성이 담겨 있다.

귀한 손님상에 오른 가죽부각은 참죽나무 새순을 데쳐 찹쌀 풀을 발라 말리고 튀기는 손이 많이 가는 별미. 고추부각을 간장에 배즙과 대추즙으로 졸인 고추부각조림, 사계 선생의 연꽃 사랑을 품은 연잎밥까지, 종부의 자부심으로 지켜온 오랜 손맛이다.

종손과 종부로 산다는 것은 기꺼이 그 무게를 견뎌내는 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단한 자리를 지키며 세상 모두를 섬기는, 그 묵묵한 삶이 담긴 사계 종가 밥상을 만난다.

고불 맹사성 후손들의 청백리 밥상, 잊혀진 맛을 기록하다 – 충청남도 아산시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중리는 청백리의 상징, 맹사성 정승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는 신창 맹씨 집성촌이다.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선 오래된 고택 ‘맹씨 행단’에는 지금도 선조의 검소함과 절제의 삶이 깊이 깃들어 있다.

집안의 내림 음식을 다시 차려 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후손들과 전국의 종가를 찾아다니며 반가 음식을 연구해 온 이성희(59세) 씨가 이 여정에 함께했다. 청백리 정신을 가훈처럼 여기며 살아온 맹정승의 후손들. 그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이 바로 파국과 꽁보리밥이다.

숭숭 썬 대파를 맹물에 넣고 끓여 청장으로만 간을 맞춘 이 단출한 음식은, 맹정승이 손님이 찾아와도 이 밥상으로 대접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집안 시제상에 올리는 은행고임과 숭어·소고기·닭을 층층이 쌓아 올린 삼적고임까지, 음식마다 조상을 향한 후손들의 정성과 예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집안에는 후손들조차 몰랐던 귀한 유산이 전해온다. 바로 해주 최씨 부인이 남긴 한글 조리서《최씨음식법》이다. 반가 음식전문가 이성희 씨와 함께 《최씨음식법》에 기록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는 후손들.

가지에 칼집을 내어 마늘을 끼우고 맨드라미꽃을 우려낸 물을 부어 담근 가지김치, 끓는 씨앗 국물에 살짝 데친 오이에 말린 할미꽃과 후추를 넣어 담근 오이김치는 고춧가루가 들어오기 전 꽃과 향신료로 색과 맛을 냈던 옛 방식 그대로다.

간장·후추·참기름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붕어 뱃속에 채우고 닭다리와 날콩가루, 미나리를 두툼하게 덮어 뭉근하게 익혀낸 붕어찜까지. 400년 전 종부의 손에서 나온 지혜가 후손들의 손끝에서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이름도 맛도 잊혀가던 옛 음식들이 후손들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 소박하지만 정성으로 맛과 멋을 더한 맹사성 정승 가문의 기품 있는 청백리 밥상을 만난다.

충무공 정충신 종가, 세월을 빚어 대를 잇다 – 충청남도 서산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큰 공을 세우고, 무신으로서는 가장 명예로운 ‘충무공’ 시호를 받은 정충신 장군의 종가가 자리한 충청남도 서산시 한우물마을. 이곳에는 스물셋에 시집와 일 년에 스물여섯 번의 제사를 치르며 살아온 충무공 정충신 장군의 13대 노종부 이옥희(84세) 씨와, 그 곁에서 종가의 삶을 이어가는 14대 종손 정은영(59세) 씨, 종부 양현숙(54세) 씨 부부가 있다.

집안의 가장 큰 제사인 정충신 장군 추모제를 비롯해 명절과 문중 행사 때마다 손수 술을 빚어온 노종부. “제사를 지내다가 내 젊은 시절이 다 갔다”라는 말처럼, 평생 술을 담그고 음식을 장만해 온 세월은 어느새 허리를 굽게 만들었지만, 노종부는 지금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한다.

제사가 끝나면 손님상을 차리는 게 큰일이었다. 직접 농사지은 녹두를 맷돌에 갈아 솥뚜껑 위에서 부쳐내던 녹두전은 손님상에 빠지지 않던 음식. 바지락 살과 홍고추를 얹은 녹두전을 노릇하게 부쳐내면, 오랜 수고로움을 담담하게 품어낸 노종부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사상에 올랐던 낙지와 우럭포가 가족들의 별미가 되기도 한다. 찐 낙지는 갖은 채소와 어우러져 매콤한 낙지볶음이 되고, 꾸덕한 우럭포는 먹기 좋게 살을 발라내고 뼈까지 챙겨 넣고 쌀뜨물에 끓인다.

충청도 종가 밥상은 음식의 품격이 예와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종손과 종부, 후손들이 지켜온 밥상은 오래된 가문의 정신이 어떻게 한 그릇의 맛으로 이어지는지 묻게 한다.

오래 끓일수록 맛이 깊어지는 우럭젓국처럼, 묵묵히 제자리에서 나이테를 채우며 살아온 충무공 정충신 종가 가족들의 대를 이어가는 귀한 맛의 유산을 5월 28일 목요일 오후 7시 40분 KBS1 한국인의 밥상 756회 “충청도 양반이라네” 한 그릇의 품격, 종가 밥상 편에서 만난다.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