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오늘은 입 터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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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생동하는 5월은 산과 바다가 천연 식재료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계절이다. 산나물이 절정에 이르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식탁에 둘러앉는다.

풍성한 제철 재료가 식탁에 오르면 저절로 입맛이 돈다. 그야말로 ‘오늘은 입 터진 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가파른 능선을 누비며 산나물을 뜯는 부지런한 손길이 있다. 새하얀 소금꽃을 거두기 위해 평생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의 부지런함도 있다.

여행을 떠나 마주하는 영화 속의 특별한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정성을 담아 차린 푸짐한 밥상은 가족, 친구, 이웃들과 함께 나눌 때 더 깊어진다.

입이 터지도록 먹는 즐거움과 행복은 단순한 포만감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이 내어준 재료와 사람들의 마음이 한 상에 함께 담긴다.

5월 25일부터 5월 29일까지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 ‘오늘은 입 터진 날’ 편에서는 정성을 담아 차린 푸짐한 밥상을 나누며 이 계절이 주는 먹는 즐거움과 행복이 공개된다.

1부. 영월, 단종 밥상 – 5월 25일 (월)

올해 그 어느 지역보다 뜨거운 곳은 단연 영월이다. 영화 한 편으로 시작된 심상치 않은 바람은 멈출 줄 모르고, 영월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진다.

단종의 유배지로 알려진 청령포는 소나무 숲이 절경을 이룬 육지 속의 섬이다. 전국에서 관광버스가 끊임없이 밀려들고,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단종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한다.

영월 백성들이 단종의 밥상에 올렸다고 전해지는 음식은 ‘어수리 나물’이다. 어수리 나물밥과 어수리 나물 전은 단종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차려지는 밥상이다.

신선이 놀았다고 전해지는 선암마을에는 한반도 모양의 지형이 자리한다. 흰머리를 휘날리는 뱃사공 박광호 씨와 함께하는 뗏배 유람은 주문진에서 시작해 인천에서 끝나는 물길의 상상을 더한다.

강물살에 발을 시원하게 담가보는 재미도 있다. 풍경을 바라보는 여행을 넘어 몸으로 물길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여행의 목적 중 빼놓을 수 없는 하나는 관광지에서 입이 터지게 먹는 음식이다. 영월 서부시장 명물 전 골목에는 경력 20년 이상의 어머니들이 모여 있다.

어머니들이 부쳐내는 배추전과 메밀전병은 여행의 기쁨을 더한다. 따뜻한 전 한 장에는 영월의 맛과 시장 골목의 정겨움이 함께 담긴다.

2부. 곰배령, 산나물 밥상 – 5월 26일 (화)

33년 전 이하영 씨는 딱 1년만 자연에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곰배령으로 향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 성인이 된 자녀들도 떠났지만 하영 씨는 그곳에 남아 곰배령을 지키고 있다.

하영 씨의 뒷산에는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는 비밀의 화원이 있다. 곰취, 눈개승마, 엄나무순으로 가득한 나물 밭은 하영 씨가 오랜 시간 품어 온 공간이다.

하영 씨와 각별한 친구들, 일명 곰배령 작은 아씨들이 모인다. 이들은 유난히 길었던 곰배령의 겨울을 지나 만개한 나물들을 거둔다.

나물 밭 앞 계곡에서는 갓 딴 나물을 씻으며 봄을 만끽한다. 산에서 얻은 재료를 차가운 계곡물에 씻는 시간은 곰배령의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하영 씨는 2년 전 인제군 1호 치유 농업사가 됐다. 기쁨도 잠시, 화재로 집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잿더미 속에서도 올라온 싹을 보며 하영 씨는 다시 일어났다. 그렇게 산나물 화원을 다시 가꿨고, 곰배령의 봄은 다시 밥상 위로 올라왔다.

곰배령 야생화를 얹은 나물 전과 산나물무침, 토종 닭백숙이 차려진다. 사람들은 입이 터지도록 산나물 쌈을 나눠 먹는다.

그 밥상은 하영 씨가 곰배령과 봄에 감사하며 다시 힘을 내는 이유다. 긴 겨울과 아픔을 지나온 사람에게 산나물 한 상은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된다.

3부. 비금도, 소금 밥상 – 5월 27일 (수)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천사 섬이라 불리는 신안에는 비금도가 있다. 하얀 천사의 날개를 만날 수 있다는 그곳에는 44년째 염전을 가꾸는 잉꼬부부 명오동, 최향순 씨가 산다.

AI가 대세가 된 요즘 비금도 염전도 변화의 흐름을 맞고 있다. 소금을 모으고, 거두고, 쌓기까지 사람 손을 대신하는 기계가 있다.

비가 내리기 직전 오동 씨는 일명 ‘용가리 채염기’로 소금 대첩을 진두지휘한다. 어버이날을 맞아 찾아온 두 아들도 함께하며 염전에는 가족의 손길이 더해진다.

가족이 직접 거둔 천일염은 밥상 위에서 더 선명한 맛을 낸다. 천일염을 뿌려 구운 삼겹살은 염전의 수고가 그대로 담긴 한입이다.

향순 씨만의 손맛으로 차려 낸 갑오징어 숙회와 병어조림도 식탁에 오른다. 바다향 가득한 음식들은 가족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가족이 모인 부부의 비금도에는 소금꽃도, 웃음꽃도 가득하다. 44년 동안 이어진 염전의 시간은 가족의 밥상 위에서 따뜻하게 피어난다.

4부. 장흥, 구절판 밥상 – 5월 28일 (목)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서로를 챙기며 살아가는 덕에 장흥군 행원마을은 마을 전체가 끈끈한 공동체가 됐다. 사람들은 마을의 일을 함께 살피고, 서로의 밥상까지 함께 나눈다.

40년 넘게 그곳에 살며 마을 일을 두루 챙기는 이성숙 씨는 요즘 부녀회 회원들과 뒷산으로 장을 보러 간다. 비비추, 취나물, 고사리 등 자연이 내어주는 푸짐한 먹거리들이 산에서 기다린다.

산에서 가져온 재료에는 소고기, 표고버섯, 키조개가 더해진다. 장흥 삼합을 담은 구절판은 색이 곱고 맛도 좋아 한 상의 중심이 된다.

직접 캐온 비비추로 끓인 된장국도 차려진다. 갑오징어 숙회와 소고기 알찜까지 더해지면 입안 가득 장흥의 맛이 퍼진다.

다 같이 모여 한 상 차려 먹는 시간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남긴다. 밥상은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며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저마다 다른 칸을 채워 하나가 되는 구절판처럼 행원마을 사람들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간다. 장흥의 밥상은 공동체의 모양을 닮았다.

5부. 반지, 게살 김치 – 5월 29일 (금)

날씨가 점점 뜨거워지며 여름으로 향하는 계절에는 입맛을 잃기 쉽다. 이 시기 입맛을 책임지는 음식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인 김치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76호 오숙자 명인은 200년 세월이 담긴 나주 반가의 김치, ‘반지’를 이어온 인물이다. 반지는 ‘배추김치와 동치미를 반씩 닮은 김치’다.

반지는 백하젓, 새우, 낙지와 채소 등 20여 가지 재료를 채 썰어 넣어 감싼다. 짚으로 묶어 소 양지머리 육수에 3일 동안 숙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 막내딸 윤다슬 씨가 전수자로 그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100년 이상 된 집안의 고택에서 두 모녀는 함께 반지를 담근다.

김치 육수로 만든 시원한 냉면까지 맛보며 오래된 김치의 맛은 오늘의 밥상으로 이어진다. 고택의 시간과 모녀의 손길은 한 그릇 안에서 만난다.

‘꽃게 다리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손님상에 절대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어 온 김인자 씨도 있다. 인자 씨의 음식에는 오래 지켜온 기준과 마음이 담겨 있다.

세상을 떠난 남편이 오랜 기간 투병하던 시절, 인자 씨는 연자방, 연자유, 헛개나무, 수련, 꽃송이버섯 등 11가지 약재를 담아 저염 게장과 게살 김치를 만들게 됐다.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 아들 길호현 씨와 직장 동료가 함께 밥상 앞에 앉는다. 어머니의 밥상을 한입 가득 맛보는 시간은 음식으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된다.

계절의 밥상은 재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재료를 캐고, 거두고, 씻고, 담그고, 나누는 사람의 시간이 있어 한 상은 더 깊어진다.

정성을 담은 밥상이 사람을 다시 모으고, 오래된 손맛은 계절의 기억으로 남는다.

정성을 담아 차린 푸짐한 밥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5월 25일부터 5월 29일까지 평일 밤 9시 35분에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에서 공개된다.

출처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