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일상을 지배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묵묵히 옛 방식을 고집하며 전통을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해져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3월 14일 오후 10시 15분에 방송되는 KBS1 ‘다큐 온’ 355회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옛 도구들과 이를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지켜나가는 수호자들의 숭고한 노동을 깊이 있게 조명할 예정이다.


■ 박물관 수장고, 정겨운 삶의 이야기를 품다
2021년 개관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에는 오래된 시간이 잠들어 있다. 조선시대의 유물은 물론, 근현대의 삶까지. 한국인의 생활 문화를 알 수 있는 다양한 민속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 까다로운 보존 처리를 거쳐 귀한 전시품이 된 물건들도 시간을 되돌려보면 그저 손때 묻은 평범한 일상의 도구들이었다. 누군가는 잊고 살고, 누군가는 모르고 살며, 어떤 이는 끝내 지키고 사는 것들. 과연 이 긴 세월의 기록 위에 또 어떤 삶의 이야기가 더해질까?
우리 역사가 내려오면서
만지고, 느끼고, 보았던 물건이 보관돼 있어요
우리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곳이 박물관의 수장고입니다
-이건욱 / 파주 국립민속박물관


■ 지게는 등짝에 딱 붙이는 게 기술이야! -조태식 장인
지게는 한때 우리나라 대표적인 운반 도구이자 농촌의 생활필수품이었지만,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 이후 일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전통 제작 방식을 고집하며 50년 넘게 나무 지게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조태식 장인을 만난다. 그가 만드는 지게는 못을 최소화한 짜맞춤 방식으로 만들며, 사람의 허리와 어깨 곡선에 맞춰 등판을 휘어지게 다듬는 것이 핵심. 이는 단순한 옛 도구의 재현이 아니라, 몸의 하중을 분산시키고 균형을 잡기 위한 구조적 설계가 반영된 결과다. 이제 대한민국 유일의 지게 장인이라는 자부심으로 남은 그는 오늘도 오랜 전통의 무게를 감내하며 나무 지게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선명히 새겨 넣는다.
지게 자격증 있는 사람은
세계에서 한 명밖에 없어요
힘닿는 데까지 하려고 열심히 만드는 거예요
-조태식 장인


■ 주판알 좀 튕기고 삽니다! -김춘열 장인
한때 상점과 은행, 회사 사무실마다 놓여 있던 주판은 산업화 시기 상업 활동의 핵심 계산 도구였다. 전자계산기와 컴퓨터의 등장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공 주판 제작 기술을 묵묵히 지켜오고 있는 곳. 광주광역시의 한 골목에서 반백 년 넘게 주판을 만들어온 김춘열 장인은 최근 다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손과 두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특성 덕분에 노년층의 치매 예방과 학생들의 두뇌 발달을 돕는 도구로 쓰이면서 주판이 새로운 역할을 얻게 됐기 때문.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를 배워 택배를 보내면서도, 주판을 찾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그저 고마워하는 김춘열 장인의 뜨거운 현역 인생을 담는다.
옛날에는 7~8명이 밤낮으로 일해서
주판을 수천 개씩 만들어도 부족했어요
-김춘열 장인


■ 대나무 낚싯대로 인생을 낚습니다! -송용운 명장
단순한 어구를 넘어 예술성과 독보적인 손맛을 지닌 공예품으로 평가되는 한국의 전통 대나무 낚싯대. 현재 국내에서 이 전통의 멋을 이어가는 사람은 송용운 명장이 유일하다. 그는 대나무 채취 후 최소 3~5년의 건조와 숙성 과정을 거치고, 수천 번의 불질과 사포질을 반복해 탄성과 복원력을 극대화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이렇게 완성된 수제 낚싯대는 공산품이 흉내 낼 수 없는 부드러운 휨새와 손에 착 감기는 감각을 지닌다는데. 까다롭고 고되지만, 뚝심 있게 전통을 지키는 그의 손끝에서 한국 전통 낚시 문화의 자부심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덜 찾는다고 해서
하나하나 없어지면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안 남잖아요
- 송용운 명장
특히 이번 회차에서 조명하는 조태식 장인의 경우, 2019년에 세종특별자치시 향토무형문화유산 제69호로 지정될 만큼 그 독보적인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내려오는 전통 짜맞춤 방식을 50년 넘게 고수하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게 제작 자격증을 보유한 인물로서 그 명맥을 단단히 잇고 있다.
이처럼 잊고 살았던 정겨운 삶의 역사와 장인들의 숭고한 노동이 선사하는 묵직한 울림은 3월 14일 토요일 오후 10시 15분에 방송되는 KBS1 ‘다큐 온’ 355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