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가능한 사랑’을 향한 세계 영화계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베니스와 토론토, 뉴욕에 이어 산세바스티안,
취리히, 밴쿠버까지 주요 국제영화제의 초청 명단에 잇따라 이름을 올렸다.

세계 6개 국제영화제 잇단 초청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다.

이어 제64회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 부문,
제74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자발테기-타바칼레라’ 부문,
제22회 취리히영화제 ‘갈라 프리미어’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제45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까지 더해지면서
‘가능한 사랑’은 공개에 앞서 모두 6개 국제영화제에서
세계 각국의 관객을 만나는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의 ‘자발테기-타바칼레라’ 부문은 가장 개방적이고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공식 경쟁 섹션이다.

이창동 감독은 2010년 ‘시’로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 처음 초청된 이후,
2022년 단편 영화 ‘심장소리’로 동일 부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신작으로 다시 산세바스티안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취리히영화제의 ‘갈라 프리미어’ 섹션과 밴쿠버국제영화제의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은 올해 가장 기대를 모으는
화제작들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섹션이다.

국제영화제 행보와 함께 ‘가능한 사랑’은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극장 개봉 전부터 국내외 영화계의 관심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

1차 예고편을 공개하며 한 꺼풀 더 베일을 벗은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호석을 둘러싼 해고와 그 시간을 함께 견뎌온 미옥의 삶,
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의 삶이 교차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품어온 감정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이창동 감독은 작품이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어떤 사랑이 가능하며, 그 사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 이야기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집단해고처럼 한 사람과 가족의 삶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사건을 배경으로
노동과 관계의 변화를 바라보면서도 결국 삶을 지탱하는 본질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있다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미옥과 호석이 함께 견뎌온 시간

'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1차 예고편은 새벽의 푸르스름한 여명 속,
새소리와 바람,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흔들리듯
홀로 걷고 있는 ‘미옥'(전도연)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감정을 쉽게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 위로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거 같았어요”라는
‘미옥’의 말이 흐르며 인물의 내면에 생긴 변화를 암시한다.

'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이 장면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차 안에서
“울고 싶으면 울어”라고 말하는 ‘호석'(설경구)의 말에
비로소 울음을 터뜨리는 ‘미옥’의 모습과 이어진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단순한 부부의 일상보다
오랜 시간 감당해온 사건과 감정이 먼저 드러난다.
호석과 미옥이 어떤 시간을 통과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궁금증을 남긴다.

'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예지'(조여정)의 다큐멘터리 촬영팀 카메라 앞에 앉은 미옥은
“파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라며
노동자 총파업 당시를 회상한다.

묵묵히 이를 듣고 있는 호석의 모습은 두 사람이 함께 견뎌온 시간과
쉽게 아물지 않은 상흔을 짐작하게 한다.
과거의 파업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도 흔적을 남긴다.

예지는 조심스레 호석의 인터뷰를 제안하지만,
미옥은 그가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카메라가 한 사람의 삶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가까워질 듯하면서도 쉽게 가까워질 수 없는 예지와 미옥,
그리고 카메라 앞에 자신의 이야기를 내놓지 않으려는 호석의 태도는
이들의 관계에 존재하는 미묘한 거리감을 보여준다.

전도연은 미옥으로, 설경구는 호석으로 이창동 감독과 다시 만났다.
두 배우가 오랜 시간 함께한 부부가 지닌 상처와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쌓아갈지도 ‘가능한 사랑’을 바라보는 중요한 축이 된다.

예지와 상우, 두 부부 사이의 간극

'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이어 남편 ‘상우'(조인성)에게
“나는 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 난 다큐를 만드는 사람이잖아”라고
말하는 ‘예지’의 대사가 등장한다.

예지가 다큐멘터리의 대상인 미옥과 호석을 단순히 카메라로 기록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들의 삶 안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려 한다는 점이
이 한마디를 통해 드러난다.

예지가 말하는 ‘사랑’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의 태도인지,
개인적인 감정의 변화인지, 두 부부의 관계를 바꿀 또 다른 욕망인지
예고편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미옥’, ‘호석’, ‘상우’, ‘예지’ 네 사람이 함께 모여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던 것도 잠시,
평온하게 보이던 분위기는 상우의 말 한마디로 달라진다.

“너하고 저 사람들은 다르잖아”라는 ‘상우’의 말은
두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삶의 차이와 보이지 않는 간극을 보여준다.
서로 가까워지고 있지만 출발점이 같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가능한 사랑' 산세바스티안·취리히·밴쿠버까지 6개 영화제 초청

결국 ‘예지’의 제안으로 네 사람은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난다.
일상에서 벗어나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 네 사람의 모습은
그곳에서 서로 다른 삶과 욕망을 더 직접적으로 마주할 것을 암시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과 그 카메라의 대상,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부부가 가까워질수록 감춰졌던 감정과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가 새로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전도연, 설경구와 함께 조인성, 조여정이 한 작품에서 만난 것도 눈길을 끈다.
조인성과 조여정은 이번 작품으로 이창동 감독과 처음 작업했으며,
네 배우 모두 감독과의 작업 자체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배우들이 각자의 인물로 존재하며 만들어낸
관계와 감정을 작품 안에 담았다.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에서도
감독으로서의 독립성을 인정받으며 작품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9월 극장 이어 11월 넷플릭스 공개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만난
‘가능한 사랑’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제영화제 초청에서 시작된 관심은 1차 예고편을 통해
미옥과 호석이 품은 상처, 예지와 상우의 시선,
두 부부 사이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가능한 사랑’은 9월 23일 극장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세계 영화제가 먼저 주목한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
극장과 넷플릭스 관객들에게는 어떤 사랑에 대한 질문을 남기게 될까?

사진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