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요양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제도 시행 이후 요양시설 공급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의존하면서 시설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나 돌봄 서비스의 질을 둘러싼 문제와 각종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요양원에서는 낙상 사고를 보호자에게 숨기거나 시설 내 전염병이 돌아도 노인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등 기본적인 돌봄과 안전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요양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추적60분〉은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돌봄을 들여다보고,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장기요양시설의 구조적 문제와 현행 관리·감독 체계의 한계를 짚어본다.
이번 취재의 핵심에는 시설에 머무는 어르신의 수가 요양원의 거래가치와 연결되는 구조가 자리한다.
낙상 사고와 옴 확산까지… 어르신을 방치한 이유는?


80대 조순임 씨는 요양원에서 목욕을 하다 넘어져 크게 다쳤다. 응급실 의료진은 입원을 권했지만, 요양원 측은 조 씨를 다시 시설로 데려갔다. 가족에게 사고 사실을 알린 것도 하루가 지난 뒤였다. 가족들은 이후 병원을 찾아가서야 당시 의료진이 조씨에게 입원을 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슷한 시기, 이 요양원에서는 전염병인 옴까지 번지고 있었다. 당시 직원들은 여러 입소자가 옴에 감염됐지만 시설 측이 보호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전수 치료 등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요양원 측은 크게 다친 어르신을 왜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았을까. 감염병이 번지는 상황에서도 왜 입소자들을 시설에 그대로 두려 했을까. 취재진은 그 배경을 추적하던 중, 요양원에서 ‘입소자 한 명’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구조를 확인했다.
“의사 선생님이 저희한테 막 화를 내시더라고요.
어떻게 자식이 돼서 어머니가 이렇게 위중한데 퇴원을 시켰냐고 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너무 놀라서 입원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 며느리 박선미 씨 인터뷰 中
요양원을 사고파는 사람들, 권리금의 탈을 쓴 어르신 거래

해당 요양원 종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순임 씨의 사고가 발생할 무렵 해당 요양원은 매각을 앞두고 있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요양원 매각 과정에서 입소자 수가 권리금 산정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추적60분〉은 요양원 매각 과정에서 입소자 수가 거래금액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시설에 입소해 있는 어르신의 수를 파악해 권리금을 계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소자 한 명당 약 1천만 원에서 1천500만 원을 계산해 권리금에 반영하는 사례가 있다고 증언했다. 입소자가 많을수록 요양원의 가격도 높아지는 셈이다. 가족들은 매각을 앞둔 요양원 측이 입소자 감소로 인한 권리금 하락을 우려해 조 씨의 입원 권고 사실과 옴 감염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입소자 수를 권리금에 반영해 요양원을 사고파는 방식에 법적 문제는 없을까. 보건복지부는 입소자 수를 기준으로 양수대금을 산정한 사실만으로는 현행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요양기관이 금전이나 그 밖의 이익을 대가로 수급자를 알선하거나 유인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런데 취재진이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요양원에 입소자를 연결해 주고 돈을 받는 이른바 ‘입소 브로커’도 존재한다고 증언했다. 돌봄을 받아야 할 어르신들이 요양원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 한 명당 천만 원 이상으로 계산해요. 80명 정원이면 8억이 넘잖아요.
그러니까 불법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빨리 끌어모으는 거예요
요양원은 취득세 혜택이 있잖아요. 2년 뒤에 권리금 7~8억 원 웃돈을 얹어서 파는 거죠. 그러니까 돌봄이 목적이 아니고 투자하는 거예요”
- 요양원 업계 관계자 박정현(가명) 씨 인터뷰 中
“몇 번을 신고해도 아무도 안 왔다” 반복된 신고, 움직이지 않은 관리기관

〈추적60분〉이 취재한 요양원들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다. 보호자 동의 없이 입소자의 신체를 장시간 묶어두는 등 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고, 위생 관리와 식사 제공 등 기본적인 돌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미 여러 차례 관계기관에 신고됐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지자체 등에 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지만, 현장을 직접 확인하거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장기요양기관을 관리·감독하고 행정처분을 결정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정기 평가와 급여비용 심사 등을 통해 시설을 관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관리·평가 방식만으로는 실제 시설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의 질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행정처분 이후 소송 부담 등을 우려해 적극적인 제재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공단의 평가 역시 서류와 기록 확인에만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이 실제로 어떤 돌봄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그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학대를 어떻게 그냥 두겠어요. 직원들이 시청이며 공단, 노인학대전문기관까지 여러 번 신고했어요. 제가 아는 공익신고자만 3명이에요.
그런데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그렇게 신고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었어요.
그게 너무 이상해서, 결국 제가 방송국에까지 제보한 거예요.”
- 요양원 관계자 이민지(가명) 씨 인터뷰 中
신고가 여러 차례 이어졌는데도 현장의 문제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반복된 신고에도 변화가 없었다면 관리·감독의 빈틈은 어디에서 생긴 걸까?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 지 18년. 요양시설은 빠르게 늘었지만, 그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이 충분히 관리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노인이 장기요양시설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돌봄이 ‘장사’가 되고, 노인이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 과연 지금의 돌봄 체계는 노인의 존엄과 안전을 지킬 준비가 돼 있을까. 〈추적60분〉 1470회 「초고령사회의 민낯 3부작 – 3부 ‘돌봄 장사’ 요양원과 어르신 거래」는 2026년 8월 28일 금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사진 :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