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15일부터 사흘간 거제에는 9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17일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912.4mm로 집계됐고, 한때 한 시간에 124.5mm가 내릴 정도로 비가 집중됐다.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으로 평가된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와 침수가 잇따랐고, 주택과 도로가 파손됐다. 거제 경제를 지탱해 온 조선소까지 작업을 멈추면서 도시의 평범한 일상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8월 17일 밤, 폭우 소식을 접한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은 곧바로 거제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고, 곳곳에는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다. 유실된 도로와 물에 잠긴 차량이 보였고 앞범퍼가 떨어져 나간 차도 눈에 띄었다. 토사가 주거지를 덮친 곳에서는 주민들이 한밤중 집을 빠져나와 대피해야 했다.
비가 잦아들자 주민들은 집과 골목에 남은 흙탕물을 걷어내며 무너진 일상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군 장병과 자원봉사자 등 복구를 돕기 위해 달려온 이들의 손길도 이어졌고, 도로와 주택가 주변에서는 토사와 잔해를 치우는 작업이 계속됐다. 재난이 지나간 뒤 남은 시간은 단순히 물을 퍼내는 일이 아니라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출근하고, 다시 평소의 하루를 이어가기 위한 복구의 시간이었다.
8월 24일 방송되는 KBS2 ‘다큐멘터리 3일’ 734회 ‘억수로 괴로워도 – 거제 수해 현장 72시간’에서는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무너진 생활 공간을 수습하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거제 사람들의 72시간을 담았다.
떠내려간 삶의 터전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는 1994년에 지어진 곳으로 30년 가까이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이 많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부터 어르신까지 오랫동안 한동네에서 지내며 서로의 얼굴과 사정을 알고 있는 이웃들이다. 그러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새벽,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뒤편에서 밀려온 토사가 아파트 저층부를 덮치면서 평범했던 주거 공간은 순식간에 구조 현장으로 바뀌었다.
“살려 달라”는 외침을 들은 주민들은 곧바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부터 손으로 흙을 걷어내며 사람을 찾았고 여러 이웃이 함께 구조에 나섰다. 주민들이 힘을 모았지만 1층에 살던 20대 주민 1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고 다른 주민들도 다쳤다. 오랫동안 같은 아파트에서 얼굴을 마주해온 이웃이 숨진 만큼 남은 주민들이 받아들여야 할 충격도 컸다.
“새벽 4시 넘어서 주민들이 손으로 다 끄집어냈지.
속으로 119 욕을 많이 했지. 몇시간 지나서 뉴스를 보니 이해가 됐어요.
거제 전지역이 이러니까 신고 전화가 얼마나 많이 왔겠어요”
- 이웃 주민 –


사고 뒤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 대피시설로 이동했다.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며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했다. 눈앞에 자신의 집이 있어도 안전이 확인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었고, 주민들에게 복구는 흙탕물을 걷어내는 일과 함께 다시 머물 공간을 되찾는 과정이 됐다.
그럼에도, 다시 나아갑니다


비가 멎은 뒤 거제에도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시내버스 기사 박민규 씨는 여느 때처럼 운전대를 잡고 정해진 노선을 달렸다. 창밖에는 무너진 도로와 쌓인 토사, 중장비와 복구 인력이 들어선 거리가 계속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지만 버스는 다시 정류장에 서고 시민들을 태우며 익숙한 노선을 이어갔다.
하루아침에 도시의 모습이 달라졌어도 해야 할 일은 다시 시작됐다. 집에서는 진흙을 퍼내고 거리에서는 잔해를 치우는 동안 누군가는 출근길에 올랐고, 박민규 씨 역시 시민들을 태우기 위해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한꺼번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거제 사람들은 저마다 서 있던 자리에서 다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도 웃어야죠.
이것보다 더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 생각하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거지.
그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 거제 시내 버스 기사 박민규 씨 –
다시 일상을 향하는 거제


폭우 이후 통제됐던 일부 도로와 시내버스 운행은 복구 상황에 맞춰 다시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피해 현장에서는 주민과 복구 인력이 흙과 잔해를 치우고, 다른 곳에서는 시민들이 다시 버스를 타며 움직였다. 일상을 되찾는 속도는 장소마다 달랐지만 재난 뒤의 거제에서는 무너진 공간을 정리하는 일과 평소의 생활을 다시 이어가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박민규 씨가 다시 운전대를 잡고 “그래도 웃어야죠”라고 말한 하루는 거제가 재난 이전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는 수많은 장면 가운데 하나다. 집을 잃고 대피소에서 기다려야 했던 주민들과 다시 자신의 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거제의 다음 72시간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까?
KBS2 ‘다큐멘터리 3일’ 734회 ‘억수로 괴로워도 – 거제 수해 현장 72시간’은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다시 일상을 세우는 거제 사람들의 시간을 담아 8월 24일 월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사진 : K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