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전남 장흥군 상발마을에서 일생을 바쳐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들의 애환 어린 삶이 조명될 전망이다.

3월 28일 방송되는 KBS1 ‘다큐온’ 357회에서는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이라는 부제로 자연산 굴 채취로 생계를 이어온 상발마을 여성들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갯벌에 피는 꽃, 석화가 돌아오는 계절이면
하늘을 향해 솟는 높은 봉우리
가족의 인생을 등에 지고 평생을 걸어와
허리가 꼬부라진 어매들의 끝나지 않은 자식 사랑

1. 갯벌을 수놓는 높고 높은 봉우리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호미 대학을 나와서 그런가, 허리가 호미처럼 꼬부라졌어”

청정 바다, 득량만을 끼고 있는 전남 장흥군 상발마을은 자연산 굴, ‘석화’로 이름난 고장이다. 돌에 붙은 패각이 마치 꽃잎을 닮은 석화는 12월부터 3월 초까지가 제철. 이때가 되면 석화밭에는 울긋불긋한 봉우리가 여기저기 솟는다.

여느 시골 마을과 달리 농한기가 따로 없는 상발마을 어매들은 1년 내내 일을 해선지 유독 허리가 많이 굽었다. 공들여 키우고 가르친 자식들은 이제 그만 호미를 내려놓으라지만, 철이 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석화를 따러 어매들은 호미를 들고 집을 나선다. 무릎을 구부리거나 앉지도 못해 굽은 허리를 더 깊숙이 꼬부리고 일하는 어매들의 높고 높은 봉우리가 가슴을 울린다.

2. 어매들에겐, 자식이 힘!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돈이 없응께, 4년제 가지 말고 전문대 가거라 그랑께
우리 막내가 말도 못하게 울었어요”

올해 여든 하나인 김정단 어매는 스무 살에 시집 와서부터 고생문이 활짝 열렸다. 남편은 일보다 놀기를 좋아했고, 슬하에 4남매 키우느라 애면글면하는 건 정단 어매 몫이었다.

하루 종일 들로 바다로 나가 일하고도 막내딸을 4년제 대학에 못 보낸 것이 어매에겐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 그때의 울분이 지금도 머릿속을 시끄럽게 해 어매는 아직도 호미를 들고 바다로 향한다.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자식 키울 때가 좋았지라
시방은 뭔 맛으로 살겄소”

여든 일곱인 김재심 어매는 어려서부터 초등학교도 못 다니고 밤낮 일만 하고 살았다.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자식들 가르치는데 인생을 걸었다. 새벽같이 밭일, 갯일에 막노동까지 해서 4남 1녀를 가르쳤고, 그중 둘은 교감 선생이 됐다.

제일 야물던 둘째 아들을 먼저 앞세운 게 유일한 한이다. 팔십 평생 뼈마디가 닳고 닳도록 일한 기억밖에 없지만, 재심 어매에겐 자식을 키우던 그때가 참 좋았다.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비밀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자식들 줄거여”

올해 여든 하나인 이질례 어매는 상발마을에서 가장 허리가 많이 굽었다. 남편이 군의원을 지냈고 4남매 중 아들 둘을 돈 잘 버는 사업가로 길러내고도 질례 어매는 평생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굴을 까서 판 돈을 차곡차곡 비밀 서랍에 모아두는 어매는 자식, 손주들 손에 그 돈 쥐어 줄 때 마음이 세상 든든하다.

3. 사라져가는 시대의 풍경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2월 중순, 석화밭에 김재심 어매가 안 보인다. 석달 전 요양원에 모셔둔 남편이 설을 사흘 앞두고 세상을 뜨셨다. 함께 고생한 기억으로 가슴이 텅 빈 재심 어매, 상발마을에 혼자가 된 노인이 또 한 사람 늘었다.

상발마을에서 석화밭에 나오는 어매들도 해마다 줄고 있다. 스무 명 남짓 갯밭을 메운 어매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내는 게 모두의 작은 바람이다.

다큐온 357회 석화밭 꼬부랑 사모곡

언젠가는 사라져버릴지 모를 시대의 풍경, 그러나 석화밭을 메우는 모정의 세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흥 상발마을 인근의 남포마을 등지에서도 보름에 한 번씩만 채취가 허락되는 자연산 굴의 가치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채취한 굴로 끓여내는 굴떡국과 참나무 장작불에 구워내는 석화구이는 장흥 지역을 대표하는 겨울철 별미로 손꼽히고 있다.

평생을 갯벌에 바친 어머니들의 숭고한 희생과 자식 사랑이 깊은 감동을 전할 전망이다.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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