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에 방송되는 KBS1 ‘사랑의 가족’ 3137회에서는 유전성 희귀질환 스타르가르트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세 아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삶을 준비하는 엄마 유현진 씨의 ‘보이지 않아도 사랑해’ 사연이 공개된다.
시력을 잃어가는 엄마 유현진 씨

서울시 노원구에는 유전성 희귀질환 스타르가르트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엄마 유현진 씨와 든든한 남편 장명종 씨, 장난꾸러기 삼 형제 첫째 원우와 4살 쌍둥이 해성, 하담이 산다. 스타르가르트병은 망막이 퇴화하면서 중심부 시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으로, 현진 씨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일상의 변화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갑자기 교실 칠판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현진 씨는 이후 19살에 시각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기도 힘들었다. 시력이 흐릿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터라 점자나 흰지팡이 보행 교육을 받지 않았고, 익숙한 길과 생활 공간에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이어갔다.
시력이 더 나빠진 뒤에도 현진 씨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가는 길을 익히고, 인덕션 버튼마다 손으로 구별할 수 있는 스티커를 붙여 요리를 해왔다. 손으로 더듬어 음식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동화책 내용을 외워 읽어주는 일도 엄마로서 지키고 싶은 일상이었다.
시력 대신 선택한 가족
대신 운동하러 갔던 가라테 체육관에서 명종 씨를 만나 2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자신의 장애를 알고 사귀었고 시부모님의 결혼 허락도 거침없이 받아온 남편이 고마웠던 현진 씨에게 명종 씨는 장애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던 순간에도 먼저 길을 열어준 든든한 사람이었다.
소방관으로 일하는 명종 씨는 바깥에서는 근무를 이어가고 집에서는 세 아들의 육아와 살림을 함께 맡아왔다. 아이들이 아프면 약을 챙기고, 가족이 밖에 나서면 주변 풍경과 길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 등 현진 씨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채웠다.
현진 씨는 아이를 낳게 되면 시력이 훨씬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후회 없이 자신의 시력 대신 큰아들 원우를 선택했다. 기쁨과 행복 속에서 쌍둥이 아들을 출산했지만 이후 시력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아이들의 얼굴을 한눈에 선명하게 보는 일도 점점 어려워졌다.
가족에게 닥친 변화 속에서도 세 아들은 현진 씨가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됐다. 첫째 원우는 엄마의 손을 잡아주고, 해성과 하담이는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표현했다. 현진 씨는 시야가 흐려질수록 아이들의 목소리와 손길, 품에 안았을 때의 감각을 더 오래 기억하려 했다.
보이지 않는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도전

작년까지는 빛과 형체를 구별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중심부 시력 상실은 물론 주변 시야마저 흐려져 인덕션 화구의 스티커 구별도 어려워지고, 외출 시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점점 힘겨워진다. 익숙했던 생활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늘면서 앞으로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순간도 가까워졌다.
하지만 세 아들이 있기에 엄마 현진 씨는 포기나 절망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아이들을 위해 전맹 시각장애인이 됐을 때의 삶을 준비하기로 한 것으로, 그동안 미뤄뒀던 점자와 흰지팡이 보행 교육은 물론 시각장애인 요리 수업에도 도전한다.
여기에 음성 지원 글쓰기를 통해 시각장애인 엄마로서 세 아들을 키우며 느꼈던 심정을 에세이집으로 발간했다. 현진 씨가 펴낸 책에는 시력이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일상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 온 경험과 가족을 향한 마음이 담겼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신의 책을 읽을 만큼 자라면 보이지 않아도 늘 사랑을 간직했던 엄마의 마음을 글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자신의 시력 대신 사랑하는 가족을 선택했고 여전히 당당하고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는 엄마 현진 씨가 앞으로 익혀갈 새로운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점자와 흰지팡이, 요리 수업과 글쓰기로 보이지 않는 삶을 준비하는 유현진 씨의 이야기는 KBS1 ‘사랑의 가족’ 3137회 10월 3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에 공개된다.
사진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