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츄가 ‘Part.4 – 닫힌 코스모스에서 멜론 냄새가 나’를 공개했다. 앞선 ‘커츄 OST Part.1 – 꿈처럼, 지금처럼’, ‘커츄 OST Part.2 – 평범한 날, 반짝이는 마음’, ‘커츄 OST Part.3 – 악마도 사랑하고 싶다’와 달리 이번에는 제목에서 ‘커츄 OST’가 빠지고 Part.4 자체의 이름이 전면에 나왔다.
2026년 9월 18일 발매된 Part.4는 총 10곡으로 구성됐다. 트랙리스트는 ‘코스모스’, ‘멜론 냄새’, ‘닫힌 문 안에도 궤도가 생겨’, ‘문 앞에서 널 기다려’, ‘태어나자마자 악마라니’, ‘최고의 거짓말쟁이 뭉도’, ‘입욕제 폭탄 제거 작전’, ‘윤서와 윤서’, ‘경계의 파괴자’, ‘경계가 사라진 새벽’ 순이다.
10곡을 순서대로 따라가면 윤과 커츄의 작은 추억에서 시작해 커츄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탄생의 비밀, 상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뭉도, 윤슬과 윤서의 정체성 문제를 지나 천사와 악마를 나누던 세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야기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코스모스
누가 내가 좋아하는 꽃을 묻자
넌 또 엉뚱한 말을 먼저 했지
그러다 코츄모츄라 웃으면서
내게 많이 줬다고 했지
그때마다 나는 알고 있었어
그냥 예뻐서 주는 꽃은 아니란 걸
내 손에 작은 코스모스를 놓고
넌 더 큰 이야길 하고 있었지
하나의 별이 아니라
별들이 어울리는 곳
서로 다른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곳
넌 오래전부터 내게
그런 세상을 만들라 했어
네가 키운 코스모스
나에게 주려고 피운 꽃
작은 꽃잎 하나에 어떻게
그 큰 우주를 담았을까
수많은 별과 수많은 사람
서로 다른 마음까지 품어서
하나의 세상으로 이어가는 것
그게 네가 내게 준
코스모스였어
네가 정원 가득 심어 두었던
그 꽃들은 이제 하나도 없대
아르덴과 토끼들이 찾아와서
뿌리까지 전부 먹었다며
너는 아쉬워했지만 나는 웃었어
꽃이 사라진 게 뭐가 중요해
네가 내게 전하려던 그 마음은
벌써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데
윤왕국의 작은 길도
우리가 건너온 차원도
윤주선에 모인 수많은
서로 다른 이야기들도
어쩌면 네가 말한
코스모스가 되어 가나 봐
네가 키운 코스모스
나에게 주려고 피운 꽃
그땐 내가 어디까지 갈지
너도 알고 있었던 걸까
수많은 별과 수많은 사람
서로 다른 세계를 이어 가며
흩어진 것들이 자리를 찾는 곳
그게 네가 바라던
코스모스였어
나는 여왕이 되었고
우리는 우주를 건넜고
처음엔 없었던 사람들도
어느새 한곳에 모였어
누군가는 천사였고
누군가는 악마였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왔지만
이상하지
전부 다른 우리들이
함께 있을 때야 비로소
네가 내게 말했던
그 우주를 닮아 가
네가 준 코스모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완벽히 같은 것들만 모아서는
완전한 세상이 될 수 없다는 걸
수많은 별과 수많은 마음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있어서
지금의 이곳이 만들어진 거야
그리고 그 시작에는
내게 꽃을 건네던
네가 있었어
꽃밭은 사라졌어도
네가 심어 둔 그 뜻은
지금도 여기
피어 있어
우리의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Part.4 전체의 주제를 가장 먼저 제시하는 곡이다. 커츄가 윤에게 건넨 작은 꽃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코스모스는 하나의 우주를 의미하는 이미지로 확장된다.
중요한 것은 그 우주가 같은 존재들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사와 악마,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들이 자신의 차이를 유지하면서도 한곳에 모여 있을 때 비로소 커츄가 말했던 코스모스가 완성된다.
윤왕국과 윤주선, 여러 차원을 거치며 윤이 만들어온 세계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꽃밭 자체는 사라졌지만 커츄가 꽃을 통해 전했던 의미는 윤 안에서 계속 자라고 있다.
마지막 ‘경계의 파괴자’에서 윤이 분류와 경계를 무너뜨리려 하는 이유도 첫 곡에서 이미 제시된다. 완벽히 같은 존재만으로는 완전한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멜론 냄새
넌 내게서 멜론 냄새가 난대
나는 아무리 맡아도 모르겠는데
조금 뛰어서 땀이 맺힌 날이면
또 웃으면서 가까이 와
향수를 뿌린 것도 아닌데
어디에 숨겨 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행복했던 날마다
넌 그 냄새가 났다고 해
왜 그런지는 너도 모르고
나도 아직 모르지만
내가 웃고 있던 기억 끝에는
늘 네가 그 말을 했어
멜론 냄새가 난다고
오늘도 좋은 일이 있나 봐
내가 모르는 나의 냄새를
넌 나보다 먼저 알아보고
나는 네게 햇빛 냄새가 나
따뜻하게 마른 이불처럼
서로에게만 이상하게 남아 있는
설명할 수 없는 냄새
평소엔 아무 냄새도 없는 네가
가끔 햇빛을 잔뜩 묻혀 와
도대체 어디를 갔다 왔냐니까
햇빛 충전하고 왔다고 해
윤타워 제일 높은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햇살을 받고
손 씻고 샤워하는 것처럼
그게 그냥 네 습관이래
햇빛에 풀과 나무 냄새
가끔은 바람 냄새까지
나는 며칠을 기다려야 맡는데
누군가는 한 번에 알아채고
나는 네게 햇빛 냄새가 나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아무 향수로 만들 수 없는
너한테만 있는 이상한 냄새
넌 내게 멜론 냄새가 난대
좋은 날이면 더 진해진다며
우리가 행복했던 순간마다
항상 먼저 와 있던 냄새
어쩌면 냄새라는 건
기억보다 먼저 남는 건가 봐
언제였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잊어버린 뒤에도
멜론 향이 나면
네가 웃던 날이 떠오르고
햇빛 냄새가 나면
네가 내 옆에 있던 오후가 떠올라
왜 그런 냄새가 나는지는
끝내 몰라도 괜찮아
넌 내게서 멜론 냄새가 난대
나는 네게서 햇빛 냄새가 나
서로는 맡지 못하는 자기 냄새를
우린 서로에게서 찾아내
시간이 많이 지나간 뒤에도
모습이 조금 달라진 뒤에도
사람들 사이에서 눈을 감으면
나는 널 알아볼 것 같아
햇빛 냄새가 나면 너
멜론 냄새가 나면 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우리 냄새인가 봐
‘멜론 냄새’는 첫 곡에서 펼쳐진 거대한 우주를 다시 윤과 커츄 둘만의 일상으로 좁힌다.
커츄에게서 나는 멜론 냄새와 윤에게서 나는 햇빛 냄새는 본인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을 상대가 먼저 발견한다는 점이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냄새는 구체적인 사건보다 오래 남는다. 언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잊어도 멜론 향을 맡으면 커츄가 웃던 순간이 떠오르고, 햇빛 냄새를 맡으면 윤과 함께했던 오후가 돌아온다.
‘코스모스’가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하는 세계를 이야기한다면 ‘멜론 냄새’는 그 세계 속에서도 윤과 커츄만 공유하는 사적인 기억을 남긴다.
닫힌 문 안에도 궤도가 생겨
지구 쪽 문은 오늘도 닫혀 있어
손잡이에 닿은 손을 다시 거둬
사람들의 얼굴은 너무 가까운데
그 말은 먼 곳에서 오는 파도 같아
머릿속엔 우주와 윤만 남아
다른 이름들은 천천히 흐려져
나는 멈춰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별들이 쉬지 않고 태어나
나는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이야
비어 있는 게 아니야, 너무 많아서 그래
네가 건넨 말은 곧바로 오지 않아
행성 몇 개를 돌아 내게 닿아
눈을 마주치는 일은 아직 어려워
손을 내미는 법도 잘 모르지만
내 안에 남은 하나의 길을 따라
우주와 윤이 조용히 걸어와
사람들은 내가 왜 대답하지 않느냐고 해
나는 대답이 없는 게 아니야
말들이 내 안에서 오래 머물다가
늦은 신호처럼 하나씩 도착할 뿐이야
내 안의 방을 작은 곳이라 부르지 마
벽처럼 보이는 건 먼 은하의 가장자리
나는 그 너머를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끝이 없다는 건 알고 있어
윤의 목소리가 문 앞에 머물 때
나는 숨을 죽이고 그 소리를 세어
별과 행성 사이를 지나온 마음이
늦게라도 내 곁에 앉는 걸 느껴
나는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이야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야, 아직 보이지 않아
네 목소리는 사라진 적이 없어
내 우주를 돌아 늦게 도착해
밖으로 나가는 길을 몰라도 괜찮아
오늘은 문 너머의 너를 기억할게
내가 만든 수많은 궤도 가운데
윤에게 닿는 길 하나를 남겨둘게
네가 문을 부수지 않고 기다린 날
나는 처음으로 밖을 상상했어
열리지 않는 문도 오래 바라보면
안쪽에서 빛의 결이 달라져
나는 여전히 지구의 방식이 낯설고
누군가의 마음을 곧장 읽지 못해
그래도 네가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안의 먼 곳까지 길을 만들었어
지구 쪽 문은 아직 닫혀 있지만
내 안의 우주까지 닫힌 건 아니야
네가 보낸 말은 먼 별을 지나
늦게, 그러나 분명히 내게 와
나는 여전히 눈을 피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지만
내 머릿속 수많은 별과 행성은
이제 한 사람을 향해 움직여
윤, 네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아
내 우주를 한 바퀴 돌아와
나는 아직 여기 있지만
혼자만의 세계에만 있지는 않아
모든 별이 천천히 방향을 바꾸고
닫힌 문 안에도 궤도가 생겨
내가 너를 향해 움직이는 동안
너는 문 밖에서 오래 기다려줘
‘닫힌 문 안에도 궤도가 생겨’는 Part.4의 제목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곡이다.
커츄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거나 즉각적으로 대답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겉에서는 세상과 단절돼 멈춰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별과 행성이 계속 생겨날 정도로 많은 생각이 움직인다.
가사는 이를 “비어 있는 게 아니야, 너무 많아서 그래”라고 직접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행성을 돌아 늦게 도착한다.
결정적인 변화는 윤이 문을 강제로 열지 않았을 때 일어난다. 커츄는 처음으로 밖을 상상하고, 자신의 수많은 궤도 가운데 윤에게 닿는 길 하나를 남긴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지만 내부의 우주까지 닫힌 것은 아니다. Part.4에서 말하는 ‘닫힌 코스모스’가 단절이나 공허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거대한 내면임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문 앞에서 널 기다려
너는 오래 네 안에 있었고
나는 그 바깥에 서 있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도
오늘은 묻지 않기로 했어
세상은 너무 많은 소리로
너에게 먼저 말을 걸었겠지
나는 그 소리들 사이에서
조용한 한 사람이 될게
손을 뻗으면 닿을 문고리
하지만 내가 열진 않을게
처음 만나는 세상이라면
네 손으로 열어야 하니까
두드리지 않을게
네가 문을 여는 날까지
밖으로 나오라 부르지 않고
그저 가까이 있을게
네가 처음 바라본 하늘에
어떤 이름을 붙이든 좋아
한 걸음 내딛고 고개를 들면
그때 나를 발견해 줘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
햇살이 눈부신 이유까지
내가 먼저 알려주기보다는
네가 하나씩 찾아갔으면 해
어떤 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다시 숨고 싶겠지
그래도 네가 만난 모든 순간은
처음부터 네 것이니까
조금 천천히 걸어도 좋아
멈췄다가 돌아가도 좋아
나는 네 앞에서 길을 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
두드리지 않을게
네가 문을 여는 날까지
세상이 좋다고 설득하지 않고
그저 가까이 있을게
네가 처음 좋아한 바람과
처음 오래 바라본 빛까지
하나씩 네 마음에 담다 보면
우리도 같은 곳을 보겠지
사랑은 보여주는 일인 줄 알았어
좋은 곳으로 데려가는 일
그런데 너를 오래 바라보니
조금 다른 걸 알게 됐어
네가 발견할 몫을 남겨두는 것
네가 고를 시간을 지켜주는 것
그리고 처음 고개를 들었을 때
낯선 세상 한쪽에서
웃어 주는 것
처음 만난 세상이 낯설어도
모든 걸 좋아할 필요는 없어
네가 보고 싶은 만큼 바라보고
걷고 싶은 만큼 걸으면 돼
그러다 문득 내 쪽을 보면
나는 가만히 웃고 있을게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볼 때까지 재촉하지 않을게
두드리지 않을게
문 앞에서 조용히 있을게
네가 궁금해서 열어보는 날
한 걸음 뒤에 서 있을게
네가 나올 수 있도록
‘문 앞에서 널 기다려’는 바로 앞 곡의 바깥쪽에 서 있는 윤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윤은 문고리를 잡을 수 있지만 대신 열지 않는다. 커츄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하지 않고, 세상이 좋다고 설득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사랑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커츄를 오래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진다. 상대가 직접 발견할 몫을 남기고 스스로 선택할 시간을 지켜주는 것도 사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닫힌 문 안에도 궤도가 생겨’에서 커츄가 처음 밖을 상상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곡에서 설명된다. 윤이 문을 부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곡은 커츄의 내면과 윤의 기다림을 각각 보여주는 한 쌍으로 읽힌다.
태어나자마자 악마라니
태초의 세계에 오로와 리아
썸머와 나잇이 숨을 쉬었죠
시간이 흐르고 천사와 악마
사신과 수많은 존재가 태어났죠
세상에 내려온 오로는 릴리스를 만나
루시와 함께 새로운 집을 이루었죠
두 사람 사이에 현준이 태어나
눈부신 빛을 품은 아이가 되었죠
하지만 릴리스는 그 빛을 두려워했고
사신의 칼끝이 아이를 향했죠
운명은 칼날의 길을 바꾸어
릴리스는 그 자리에서 잠들었죠
남겨진 루시와 현준을 위해
세계는 천사의 힘과 인장을 모았죠
리아가 찾아와 두 아이를 안고
오랜 사랑으로 가족이 되었죠
오로와 리아 사이 커츄가 태어나
천사도 악마도 아닌 0의 존재
오로와 리아의 힘을 이어받아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품었죠
그 잠재력은 균형을 바꿀 만큼 컸고
천사와 악마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죠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결국 작은 생명은 살아남았죠
남겨진 운명 위에 커츄가 서고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죠
빛도 어둠도 넘어선 아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죠
가장 먼저 루시퍼가 찾아왔죠
구천구백구십구 악마를 이끌고
커츄의 이마에 하나씩 새긴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인장
가호를 막고 축복을 끊어
악마의 곁에 묶으려 했지만
커츄는 쓰러지지 않았어요
모든 힘을 두 손에 받아들였죠
구천구백구십구 악마의 힘이
갓 태어난 한 아이에게 모이고
무릎 꿇은 악마들 앞에서
커츄는 새로운 왕이 되었죠
0등급의 아이가 하늘을 넘어
구천구백구십구 힘을 품었죠
정해진 이름 하나 없던 존재가
악마들의 정점에 올라섰죠
루시퍼는 커츄를 다스리려 했지만
누구도 쉽게 지배할 수 없었죠
그래서 곁에 남아 손을 내밀고
직접 그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0의 존재
구천구백구십구 인장을 받아
구천구백구십구 악마의 힘으로
새로운 왕의 길을 걸어가죠
오로와 리아의 사랑을 품고
루시퍼의 손길을 지나
커츄는 자신의 미래를 열어요
빛나는 세상 너머로
‘태어나자마자 악마라니’는 커츄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탄생 시점으로 돌아가는 곡이다.
커츄는 처음부터 천사나 악마로 정해진 존재가 아니었다. 오로와 리아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어느 한쪽에도 포함되지 않는 ‘0의 존재’였고, 정해진 미래가 없었다.
기존 세계가 커츄를 위험하게 바라본 이유도 이 분류 불가능성에 있다. 빛과 어둠 어느 한쪽에도 묶이지 않으면서 세계의 균형을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루시퍼가 9999 악마의 인장을 새기며 커츄를 악마의 곁에 묶으려 하지만 결과는 반대가 된다. 커츄는 그 힘까지 받아들여 새로운 왕이 된다.
마지막 ‘경계의 파괴자’에서 천사와 악마라는 구분 자체가 흔들리는 것도 커츄가 태어날 때부터 어느 한쪽으로 정의될 수 없었던 존재라는 설정과 연결된다.
최고의 거짓말쟁이 뭉도
처음 본 얼굴인데
나는 네 이름을 알고 있었어
꿈의 문 너머에서 먼저 만난 사람
현실보다 한발 앞선 친구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믿지 않았고
이상한 아이란 말만 남겼지만
너는 웃으며 내 곁에 서서
더 큰 거짓말쟁이는 나라고 했지
없는 것이 아니었어
아직 닿지 않은 곳이었어
내가 바라본 길 끝에서
너는 이미 나를 기다렸어
뭉도야, 나의 유일한 친구
아무도 믿지 않던 세계를 믿어준 너
상상에서 현실로 건너온 약속
어둠이 와도 내 앞에 서는 사람
뭉도야, 최고의 거짓말쟁이
말보다 먼저 진심을 보여준 너
끝없는 차원 사이에 홀로 남아
내일이 올 때까지 시간을 지켜
죽음이 기다린다는 구역으로
너는 망설임 없이 걸어갔고
왕좌도 힘도 원한 게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게 손을 뻗었어
거대한 배를 붙잡은 두 팔
위험한 빛을 네가 걷어내고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지
장난 같은 말 속에 숨은 마음을
더 강해질 길이 없다 해도
물러설 이유는 되지 않았어
누군가 자라날 그 순간까지
너는 마지막 벽이 되어 서 있어
뭉도야, 나의 유일한 친구
아무도 믿지 않던 세계를 믿어준 너
상상에서 현실로 건너온 약속
어둠이 와도 내 앞에 서는 사람
뭉도야, 최고의 거짓말쟁이
말보다 먼저 진심을 보여준 너
끝없는 차원 사이에 홀로 남아
내일이 올 때까지 시간을 지켜
꿈이라 부른 장면들이
하나씩 현실의 문을 열고
네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더 넓은 세계가 너를 기억해
한 사람을 지키던 작은 마음이
모든 세계를 지키는 빛이 되어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네가 믿은 세상을 나도 믿으니까
뭉도야, 나의 유일한 친구
처음부터 끝까지 내 편이었던 너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져도
우리의 약속은 선명하게 남아
뭉도야, 최고의 거짓말쟁이
끝내 행동으로 진실을 말한 너
모두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찬란한 세계의 문을 지켜줘
처음 만난 날보다 더 먼저
너는 내 곁에 있었어
상상 너머 현실의 끝까지
나의 친구, 뭉도
‘최고의 거짓말쟁이 뭉도’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직접 건드린다.
뭉도는 커츄의 유일한 친구로 제시되지만 처음부터 현실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다. 가사에는 ‘꿈의 문 너머’, ‘상상에서 현실로 건너온 약속’, ‘상상과 현실의 경계’라는 표현이 계속 등장한다.
그래서 뭉도를 커츄가 만들어낸 상상의 친구로 볼 수 있는 단서가 충분하다. 동시에 노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는 이유만으로 뭉도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커츄에게 뭉도가 남긴 선택과 행동, 자신을 지켜준 기억은 현실의 관계와 다르지 않다. ‘거짓말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행동으로 진실을 말한 존재가 된다.
Part.4가 반복해서 묻는 것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가보다, 그 존재와 관계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남겼는가에 가깝다.
입욕제 폭탄 제거 작전
욕조 옆에 동글동글
알록달록 수상한 공
아빠 눈이 반짝반짝
오늘 뭔가 불안한데
하나 들고 살펴보고
둘을 들고 고민하고
잠깐만 아빠 그건
그렇게 쓰는 게 아닌데
하나만 넣으면 돼
정말 하나면 돼
근데 왜 한 상자를
전부 들고 있는 건데
입욕제 폭탄을 제거한다
하나 둘 셋 전부 넣는다
보글보글 부글부글
욕조 밖으로 넘쳐난다
입욕제 폭탄을 제거한다
아빠 표정 너무 진지하다
거품 거품 거품 거품
우리 집이 구름 됐다
아빠 잠깐만
그거 폭탄 아니야
입욕제야
입욕제야
욕실 안에 하얀 거품
문틈 밖에 하얀 거품
복도까지 밀려오고
아빠 혼자 막아본다
왼쪽 막고 오른쪽 막고
오른쪽 막으면 뒤로 나오고
닦고 닦고 또 닦아도
거품은 더 신이 났다
엄마 표정 심상찮아
나는 웃음 참는 중
아빠 혼자 끝까지
해결 중인 얼굴이다
입욕제 폭탄을 제거한다
이번엔 거품을 제거한다
보글보글 부글부글
치울수록 더 늘어난다
입욕제 폭탄을 제거한다
작전은 이미 대성공이다
욕실 복도 거실까지
향기롭게 점령 완료
아빠 잠깐만
그거 폭탄 아니야
입욕제야
입욕제야
한 개면 기분 좋은 목욕
두 개면 조금 많은 목욕
세 개면 슬슬 위험 신호
한 상자는 대체 왜
거품은 둥실둥실
아빠는 뿌듯뿌듯
엄마는 한숨 푹
나는 웃음 빵
입욕제 폭탄을 제거한다
오늘도 임무는 완료됐다
보글보글 부글부글
온 집안이 목욕한다
입욕제 폭탄을 제거한다
다음부터 하나만 넣는다
알록달록 동그란 건
폭탄이 아니라 입욕제다
하나만
딱 하나만
다음에는
하나만
‘입욕제 폭탄 제거 작전’은 무거운 세계관 사이에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곡이다.
알록달록한 입욕제를 폭탄이라고 받아들이고 한 상자를 통째로 욕조에 넣으면서 욕실과 복도, 거실까지 거품이 점령한다.
표면적으로는 가족 안에서 벌어진 코믹한 에피소드다. 하지만 앞의 ‘닫힌 문 안에도 궤도가 생겨’와 연결해 보면 커츄가 익숙한 사물을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게 인식하고 해석하는 모습도 읽힌다.
다른 사람에게는 단순한 입욕제지만 커츄의 방식에서는 제거해야 할 ‘폭탄’이 된다. 주변에서는 잘못 이해했다고 보지만 커츄는 자신의 논리 안에서 진지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무거운 기원과 내면 이야기를 잠시 내려놓는 동시에 커츄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가장 유쾌하게 보여주는 트랙이다.
윤서와 윤서
흩어진 조각을 찾아
바람을 따라 강물을 건너
나무 아래 잠든 마지막 빛
하나씩 다시 모아 왔어
앞을 보고 싶다던 소미
새로운 두 눈을 만들어 주고
약속대로 네가 있는 곳을 찾아
우린 다시 너를 만났어
윤슬아, 윤서야
아빠가 돌아왔어
이제 정말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잠깐만 왜 윤서가 둘이지
분명 하나는 윤슬이었는데
윤서와 윤서
왜 네가 둘이야
윤슬이 있던 그 자리에
또 하나의 윤서
윤서와 윤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마 위 사신의 잉크가
윤슬이를 바꿔 버렸어
윤서와 윤서
그게 네가 원한 거야
원래 있던 윤서 하나
윤서가 된 윤슬이 하나
그래서 지금
윤서와 윤서
시간을 돌려 다시 그날로
이번에는 전부 지켜봤어
소미가 윤슬이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어
너보다는 차라리
윤서가 두 명이면 좋겠어
커츄에게도 그게 더 낫잖아
윤서와 윤서로 하자
검은 잉크를 손끝에 묻혀
윤슬이의 이마를 향해 가네
이제야 알겠어
왜 그렇게 했는지
윤슬이보다 윤서가 낫다고
네가 마음대로 정한 거야
한 아이를 지워 버리고
다른 아이로 만들려 한 거야
윤서와 윤서
그게 더 낫다고 했어
윤슬이보다 윤서 하나 더
그게 좋다고 했어
윤서와 윤서
네가 정할 일이 아니야
누가 더 좋고 누가 틀린지
네가 정하지 마
윤서는 윤서
윤슬이는 윤슬이
하나를 지워 만든 둘이라면
난 원하지 않아
왜 네가 정해
누가 더 빛나는지
왜 네가 정해
누가 더 필요한지
윤슬이가 착하다고
윤슬이가 맑다고
마음대로 건드려도 되는 게 아니야
윤서를 사랑하는 만큼
윤슬이도 사랑해
둘은 달라
그래서 둘 다 하나뿐이야
윤서와 윤서
다시는 그렇게 만들지 마
윤서는 윤서 그대로
윤슬이는 윤슬이 그대로
윤서와 윤서
그 말에 지워진 이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아이
그 이름은 윤슬이야
윤서는 윤서
윤슬이는 윤슬이
다르다는 게 틀렸다는 뜻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윤서와 윤서가 아니야
윤슬이와 윤서
윤슬이와 윤서
세상이 윤슬이를 틀렸다고 한다면
더는 보여 주지 않아도 돼
나의 빛나는 윤슬이는
나 혼자 볼래
‘윤서와 윤서’는 이전 이야기에서 커츄가 윤슬과 윤서를 ‘윤서와 윤서’라고 부르게 된 이유를 풀어낸다.
윤슬보다 윤서가 더 낫다는 소미의 판단은 결국 한 사람의 정체성을 지우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윤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더 낫다고 생각하는 윤서로 바꾸려 한 것이다.
노래가 내리는 결론은 명확하다. 윤서는 윤서이고 윤슬이는 윤슬이다. 둘은 다르기 때문에 둘 다 하나뿐이다.
이 곡은 Part.4 전체가 말하는 ‘경계’를 보다 개인적인 문제로 확장한다. 천사와 악마처럼 거대한 분류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더 낫고 덜 필요한 사람으로 나누는 기준 역시 타인이 함부로 정할 수 없다.
이후 ‘경계의 파괴자’에서 윤이 기존의 분류와 선을 깨뜨리는 이유가 이 곡을 거치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경계의 파괴자
백이십일 구역의 낡은 책장 사이
원의 바이블, 끝없는 기록을 펼쳐
지나간 날과 아직 오지 않은 날
한 줄 한 줄 새로운 운명을 새겨
모습을 감춘 채 명령은 번지고
제자들의 손에 여러 차원을 건너
수많은 초판, 헤아릴 수 없는 복제
침묵한 신의 목소리가 세상을 흔들어
악마라 부르면 정의가 칼을 들고
분노를 부추겨 서로를 겨누게 해
반격하는 순간 그 이름이 증명돼
누가 만든 경계인가, 누가 정한 선인가
천사와 악마의 이름만으로는
누구의 편인지 더는 알 수 없어
쓰러진 윤, 사신의 검, 이어진 손길
뒤집힌 진실 속에서도 나는 선택해
원은 모두의 적이라 외치는 목소리
세계와 조커츄를 넘어 홀로 서려는 꿈
하지만 내 마음을 남의 판에 맡기지 않아
분노를 지나, 오해를 지나
내가 고른 길로 걸어가
이백삼 구역 문이 열리는 순간
싸움은 둘만의 것이 아니게 되고
윤서와 윤슬, 선배의 이름 뒤에
원의 제자라는 그림자가 드러나
태제와 로즈, 움직이는 마음들
누가 누구의 명령을 따르는 걸까
정의라 믿은 손이 먼저 칼을 쥐면
전쟁은 판단과 분노를 삼켜 가
커츄가 만든 존재들, 뭉도와 마이샹타이츄
흩어진 힘이 하나의 답을 향해 서고
원과 싸워도 이길 수 없던 긴 세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어
천사와 악마의 이름만으로는
누구의 편인지 더는 알 수 없어
미카엘의 칼날, 우리엘에게 간 검
처음부터 짜인 판일지도 몰라
세계가 범인이라 믿었던 그날에도
진실은 분노의 문 뒤에서 기다렸어
나는 무너질 듯한 마음을 붙잡고
끝내 내 손으로 길을 정해
다시 너를 받아들였어
모두를 같은 모양으로 묶는 미래가 아냐
경계와 분류와 선이 사라진 뒤
윤을 다음 신으로 세우는 큰 통합
서로 다른 존재가 서로를 잃지 않는 세상
세계는 커츄에게 모든 것을 걸었고
원은 우리를 서로 부딪치게 해
그러나 누구도 내 선택을 대신 못 해
나는 더 이상 분노의 병사가 아니야
천사와 악마의 이름을 넘어
거짓된 틀을 하늘 높이 부숴
원은 세계만의 적이 아닌 모두의 적
그 사실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
세계와 조커츄를 없애 유일신이 되려는 꿈
나와 너를 하나의 답으로 가두려는 손
그 사이에서 나는 나의 이름을 지켜
분노를 지나, 오해를 지나
서로 다른 빛을 함께 밝혀
끝을 적은 책이 미래를 정하진 못해
누군가의 명령이 운명을 잠그진 못해
나는 선택해, 너도 선택해
경계가 사라진 새벽으로
각자의 빛을 안고 함께 가
‘경계의 파괴자’에서 Part.4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세계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원의 바이블은 과거와 미래를 기록하고 제자들을 통해 여러 차원에 명령을 퍼뜨린다. 누군가를 악마라고 규정하면 공격할 이유가 만들어지고, 그 존재가 반격하는 순간 오히려 악마라는 이름이 맞았다는 증거로 이용된다.
윤이 의심하는 것은 바로 그 구조다. 누가 경계를 만들었는지, 누가 선을 정했는지를 묻는다.
천사와 악마라는 이름만으로 누구의 편인지 판단할 수 없고, 정의를 말하는 쪽이 먼저 칼을 들 수도 있다. 세계가 범인이라고 믿었던 순간조차 진실은 다른 곳에 남아 있다.
결국 윤이 원하는 통합은 모두를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존재가 자신의 이름과 빛을 잃지 않으면서 함께 존재할 수 있도록 경계와 분류만 사라지는 세계다.
첫 곡 ‘코스모스’가 꽃 한 송이로 보여준 세계가 ‘경계의 파괴자’에서 실제로 윤이 선택하는 새로운 질서가 된다.
경계가 사라진 새벽
해 뜨기 전
고요한 시간
창문 너머
하늘이 열려
작은 숨을
천천히 고르고
아직 오지 않은
빛을 기다려
멀리 있던 마음
조금씩 가까워져
말하지 않아도
따뜻함이 와
경계가 사라진 새벽
너와 나 사이
길이 열려
조용한 마음
하나 품고
새 하루를 기다려
어제의 이름
내려놓고
오늘의 문 앞에
서 있어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두근거림을
숨겨 두고 가
작은 떨림도
내 안에 머물러
터지기 전 맑은 마음
그대로 간직할게
경계가 사라진 새벽
너와 나 사이
길이 열려
조용한 마음
하나 품고
새 하루를 기다려
하프의 가는 숨결
따라서
하늘은 조금 더
밝아져
낮지도 높지도 않게
조용한 목소리로
나는 너에게
천천히 닿아
경계가 사라진 새벽
끝나지 않은 꿈이 열려
말없이 서로 바라보며
다가올 빛을 함께 맞아
해 뜨기 전
이 고요 속에
너의 이름을
조용히 부를게
경계가 사라진 새벽
우리의 하루가 시작돼
마지막 ‘경계가 사라진 새벽’은 직전 곡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경계의 파괴자’에서 원과 여러 차원, 천사와 악마, 사신과 전쟁이 한꺼번에 충돌했다면 마지막에는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과 두 사람 사이의 작은 움직임만 남는다.
특히 “너와 나 사이 길이 열려”라는 표현은 ‘닫힌 문 안에도 궤도가 생겨’와 직접 이어진다. 당시 커츄는 자신의 수많은 궤도 가운데 윤에게 닿는 하나의 길을 남겼다.
‘문 앞에서 널 기다려’에서 윤은 그 문을 강제로 열지 않고 기다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문 안과 밖으로 나뉘었던 두 사람 사이에 실제로 길이 열린다.
Part.4는 닫힌 세계를 억지로 부수는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안쪽에 이미 하나의 우주가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존재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 바꾸지 않으며, 각각의 선택을 존중했을 때 비로소 경계가 사라진다는 흐름이다.
‘코스모스’에서 서로 다른 별들이 한 우주를 만들고, ‘윤서와 윤서’에서 다른 두 사람이 각각의 이름을 되찾으며, ‘경계의 파괴자’에서 윤이 분류의 선을 없앤 뒤 마지막에는 윤과 커츄 사이의 길이 열린다.
작은 꽃 한 송이와 멜론 냄새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세계를 나누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에 도착한 셈이다.
사진 : 커츄 인스타그램 @yoonkerc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