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1524회 2026 상속 전쟁: 남겨진 가족의 시간

10월 6일에 방송되는 MBC ‘PD수첩’ 1524회에서는 급증하는 상속 분쟁 속에서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갈등과 부모의 마지막 뜻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2025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분할 청구가 3,612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구하라법의 한계와 가족 간 재산 분쟁, 치매 머니 문제까지 차례로 짚는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분할 청구는 3,612건. 10여 년 전 건수의 5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속 분쟁은 더 이상 재벌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 앞에 부모가 일군 집과 땅은 자녀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이자 가족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상속이 이제 자산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씁쓸한 진단이 나오는 시대, 〈PD수첩〉이 상속 분쟁의 한복판에 선 가족들을 만났다. 상속이 단순한 재산 이전을 넘어 가족 관계와 부모의 의사를 둘러싼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취재의 출발점이다.

암 투병 아내 병문안 한 번 안 온 남편… 〈구하라법〉도 막지 못하나

암 투병 아내 병문안 한 번 안 온 남편… 〈구하라법〉도 막지 못하나

20여 년을 홀로 살며 두 자녀를 키우면서도 딸을 유학 보낼 만큼 헌신해 온 70대 정수연(가명) 씨. 늘그막의 재혼 소식에 두 자녀도 누구보다 기뻐했으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수연(가명) 씨는 결혼 생활 5년간 남편의 반복적인 외도가 있었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갈등 속에 폐암까지 찾아왔다.

수년간의 투병에도 남편은 병실을 한 번 찾지 않았다. 이혼소송 1심 판결은 뜻밖이었다. 외도한 남편에게 오히려 재산 분할 1,150만 원을 주라는 명령. 수연(가명) 씨는 억울함에 항소했으나 끝내 판결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이혼이 확정되기 전 아내가 숨지자 남편은 법적 배우자라며, 수연 씨가 재혼 전 피땀 흘려 마련한 부동산 두 채를 포함한 상속재산의 70% 이상을 자신의 몫으로 요구했다. 이혼소송이 끝나기 전에 사망하면서 법률상 배우자 지위가 남아 있었던 점이 상속 문제로 이어졌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재혼 전에 형성한 재산까지 상속 갈등의 대상이 되는 상황과 마주했다. 어머니의 오랜 노동으로 만들어진 재산과 투병 기간 남편이 보인 태도가 법률상 배우자라는 지위와 어떻게 평가될지를 두고 가족의 감정과 법의 기준이 정면으로 부딪힌다.

부양 의무를 저버린 가족의 상속을 막는 ‘구하라법’이 시행됐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을 제한하는 일인 만큼 훨씬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슬픔도 가시지 않은 두 자녀가 소송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재산이 탐나서가 아니다. 엄마가 평생 일군 것을, 엄마를 철저히 외면했던 이에게 넘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PD수첩〉이 구하라법의 빈틈 앞에 선 남겨진 가족들의 외로운 싸움을 들여다본다.

이번 사례는 구하라법이 시행된 뒤에도 상속권 제한이 실제 사건에서 얼마나 엄격한 판단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법이 마련됐다는 사실과 남겨진 가족이 실제로 상속권 제한을 인정받는 과정 사이에 어떤 간극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살핀다.

‘수십 년 모셨는데…’ VS ‘법대로 나누자’… 법정으로 간 가족들

‘수십 년 모셨는데…’ VS ‘법대로 나누자’… 법정으로 간 가족들

경상북도의 한 시골 마을, 아버지가 남긴 2,558평 땅을 두고 9남매가 갈라섰다. 장남 박동우(가명) 씨는 부모와 평생을 함께 살며 병수발까지 도맡았다. 부모 사후에도 돌투성이 땅을 농지로 일구며 동생들의 결혼 등 대소사를 도왔다.

가족 누구도 문제 삼지 않던 땅. 그런데 32년 만에 동생 박재경(가명)가 법대로 똑같이 나눠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승소할 경우 나머지 8남매가 손에 쥘 몫은 1인당 2,00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송이 시작되며 남매들 사이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갔고, 지척에 살면서도 말 한마디 섞지 않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버렸다. 오랜 부양과 토지 관리에 대한 기억, 법이 정한 상속 몫에 대한 판단이 서로 충돌하면서 수십 년 동안 문제없던 땅이 가족을 갈라놓는 소송의 대상이 됐다.

경기도에서는 3층짜리 건물을 두고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아버지와 50년을 함께 살아온 어머니와 아들 김상훈(가명) 씨의 집에, 아버지가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소유권이 바뀌었으니 집을 비우라’는 유언 집행 통지서가 날아왔다. 전처 소생의 세 누나가 건물을 물려받았다는 것.

모자는 유언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게다가 고인은 생전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었다. 상훈(가명) 씨는 아버지가 온전히 뜻을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유언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고인의 진짜 뜻을 확인할 길도 없이 어머니는 다음 달이면 당장 길바닥에 나앉을 처지가 되었다.

특히 이 사례에서는 유언의 존재를 몰랐던 모자와 전처 소생 자녀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유언 작성 당시 고인의 의사능력 자체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인이 생전 알코올성 치매를 앓았다는 사실 때문에 ‘유언이 있었는가’만큼이나 ‘그 유언이 실제로 고인의 뜻이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부모가 살아생전 재산과 상속에 대한 뜻을 분명히 남기지 않으면, 그 빈자리는 남겨진 가족들의 엇갈린 기억과 주장으로 채워진다. 결국 부모가 떠난 뒤에야 ‘부모의 뜻’을 두고 가족들이 진흙탕 싸움에 휘말릴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누가 더 오래 부모를 돌봤는지, 어떤 말을 들었는지, 유언 당시 판단 능력이 충분했는지까지 서로 다른 기억이 법정에서 부딪힌다. 상속은 재산의 크기보다 가족 관계에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488조 원 ‘치매 머니’의 경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부모의 ‘마지막 뜻’을 지키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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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주식 투자 성공담과 함께, “내가 떠나면 두 아들이 돈 가지고 싸우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털어놓아 화제가 됐던 배우 전원주 씨. 〈PD수첩〉 취재진을 만난 그는 자신만의 현실적인 상속 해법을 공개했다.

사후 분쟁을 막기 위해 이미 재산의 절반을 증여해 두었다는 것. 그러면서도 “미리 다 주면 효도를 못 받는다”며 남은 재산의 반은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한다는 뼈 있는 조언을 덧붙였다. 재산을 모두 넘기기보다 일부는 자신이 관리하면서 사후 분쟁을 줄일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두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원주 씨처럼 생전에 상속을 계획하고 가족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부모는 드물다. 부모의 운명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문화 탓에 한 해 35만여 명의 사망자 중 유언을 공증해서 남기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생전에는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가 사후에는 가족들이 대신 해석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실제로 원했던 뜻과 가족들의 이해가 엇갈릴 가능성도 커진다.

인지 기능 저하로 자산 관리가 어려운 ‘치매 머니’는 2023년 154조 원에서 2050년 488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2026년 민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 지금, 변화한 가족 형태와 현실에 맞게 상속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본인이 직접 재산을 관리하거나 마지막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 상속 분쟁 예방은 사망 이후의 문제만이 아니라 생전의 자산 관리와 의사 표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상속은 결국 재산을 나누는 절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누구에게 남기고 싶었는지를 가족이 미리 확인하지 못하면 사후에는 서로 다른 기억이 부모의 뜻을 대신하게 된다.

이번 취재는 분쟁이 시작된 뒤 법정에서 답을 찾는 것보다 생전에 의사를 구체적으로 남기고 가족과 충분히 공유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함께 묻는다. 재산을 남기는 일보다 뜻을 남기는 일이 먼저라는 사실을 가족들은 너무 늦기 전에 마주할 수 있을까?

구하라법의 빈틈과 가족 간 상속 분쟁, 488조 원까지 커질 치매 머니를 통해 부모의 마지막 뜻을 지키는 방법은 MBC ‘PD수첩’ 1524회 10월 6일 오후 10시 20분에 공개된다.

사진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