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라마 – 부활수업’ 시몬 베유

10월 18일에 방송되는 EBS1 ‘AI 드라마 – 부활수업’ 시몬 베유 편에서는 알베르 카뮈가 ‘우리 시대의 유일한 위대한 정신’이라고 부른 철학자 시몬 베유가 AI 기술로 되살아난다.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이 아니라 자신의 불행을 먼저 털어놓으며 시청자의 불행에 귀를 기울이려는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안녕하세요, 시몬 베유라고 합니다” 1943년 봄,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켜진 카메라

“안녕하세요, 시몬 베유라고 합니다” 1943년 봄,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켜진 카메라

1943년 봄, 어느 서재. 안경이 얼굴을 거의 덮은 서른넷의 철학자가 카메라 앞에 앉는다. “안녕하세요, 시몬 베유라고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불행을 들으러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위로를 건네지 않겠다고 먼저 말한다. “위로의 말을 기대하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솔직히 저는 남을 위로하는 재주가 없거든요.” 대신 그는 자신의 고통부터 꺼내 놓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AI 드라마 – 부활수업〉은 역사적 인물을 AI 기술로 디지털 복원해, 그들이 카메라 앞에 앉아 남겼을 법한 영상 메시지를 구현한 프로그램이다. 시몬 베유 편에서 되살아난 베유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의 그 봄, 평생 응시해 온 ‘불행’에 관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풀어놓기 시작한다.

두통과 공장과 전쟁, 영혼이 뿌리째 뽑히는 불행∼ 교과서가 말해주지 않았던 그 봄의 시몬 베유

두통과 공장과 전쟁, 영혼이 뿌리째 뽑히는 불행∼ 교과서가 말해주지 않았던 그 봄의 시몬 베유

시몬 베유 편의 부제는 ‘불행한 영혼들에게’. 베유는 카메라 앞에서 고통(苦痛)과 불행(malheur)을 구분한다. 몸이 아픈 것이 고통이라면, 불행은 육체의 고통과 영혼의 고뇌에 더해 사회적 존엄까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이다. 마치 뾰족한 못이 한가운데 박히는 것과 같다.

그는 노동자의 현실을 이해하려 공장에 들어갔다가 기계의 속도와 관리자의 모욕 앞에서 ‘힘 앞에 체념한 짐승’이 되어가던 자신을 발견한 일, 스페인 내전 한가운데서 정의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잔인함을 목격한 일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공장에서, 전쟁터에서 영혼이 뿌리째 뽑히는 그 불행을, 베유는 담담히 증언한다.

“지금, 여러분의 불행은 무엇인가요?” 83년 전, 불행을 끝까지 응시한 철학자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여러분의 불행은 무엇인가요?” 83년 전, 불행을 끝까지 응시한 철학자가 우리에게 묻는다

베유가 다다른 곳은 뜻밖의 제안이다. 우리는 보통 나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왜 하필 나에게’라고 묻지만, 세상에는 의지만으로 피할 수 없는 필연이 있다는 것. 신조차 세상을 창조할 때 스스로 ‘모든 것’이기를 멈추어 다른 존재가 들어설 자리를 냈듯, 나를 중심에서 내려놓고 자아를 비울 때 비로소 나를 둘러싼 세계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혐오에 빠지는 대신 불행에 무언가를 덧붙이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 보라는 것 — 불행을 끝까지 응시한 83년 전의 철학자가 오늘의 우리에게 던지는 이 물음은, 한 세기 가까운 시간을 건너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몬 베유의 원전 위에 세운 AI 드라마

시몬 베유 편의 대사와 사유는 〈신을 기다리며〉, 〈중력과 은총〉 등 베유가 남긴 저작을 토대로 재구성됐다. 제주대학교 철학과 신은화 교수의 학술 자문을 거쳐 베유의 사상과 ‘불행’, ‘탈창조’ 개념, 시대적 맥락을 검증했다.

AI가 대사를 자유롭게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과 전문가 자문, 인간 작가의 집필을 거친 내용을 AI 기술로 시청각화하는 〈AI 드라마 – 부활수업〉의 제작 원칙은 시몬 베유 편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시몬 베유 편은 프랑스어 원어 대사를 함께 구현해 인물의 육성에 가깝게 다가간다.

원전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베유의 프랑스어 대사에는 공장과 전쟁터에서 목격한 불행에 관한 사유가 담겨 있다. 불행을 단순한 육체적 고통과 구분했던 베유의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까?

과학자에 이어, 불행을 끝까지 사유한 철학자가 부활하다

〈AI 드라마 – 부활수업〉은 전문가 고증과 학술 자문을 거쳐 역사적 인물의 결정적인 하루를 AI 디지털 복원 영상으로 구현하는 차세대 제작 프로그램이다. 동서양의 사상가·예술가·과학자에 이어 정치적·사회적·종교적으로 불행을 사유한 시몬 베유가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건넨다. 그 이야기는 EBS1 ‘AI 드라마 – 부활수업’ 시몬 베유 편을 통해 10월 18일 일요일 오후 11시에 공개된다.

사진 :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