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1일에 방송되는 KBS1 ‘역사스페셜 시간여행자’ 40회에서는 임진왜란에 대한 관점을 정립한 책, ‘징비록’을 조명한다. 임진왜란 당시 전쟁 최고 지휘관이자 영의정으로서 류성룡 본인의 경험을 담아 기록한 ‘징비록’. 안동 하회마을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도쿄의 고서점가까지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여정을 ‘시간여행자’ 지승현과 함께 추적한다.
전쟁 후 낙향한 영의정, 눈물로 책을 쓰다


임진왜란이 끝나갈 무렵 관직에서 파직당한 서애 류성룡.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경상북도 안동으로 향한다. 경기도를 벗어나 고향까지 내려간 것은 두 번 다시 중앙 정계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읽힌다. 그는 지난 참혹했던 7년간의 전란을 되짚어보고, 회고록에 몰두한다.
‘징비록’, 과거의 잘못을 징계하여 훗날의 비극을 대비한다는 뜻이다. ‘징비록’은 국가 주도의 공식 편찬물이 아님에도 방대한 실제 공문서를 수록해 공신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류성룡이 재상의 위치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아가 ‘징비록’은 단순한 사료 이상의 더 큰 가치를 지닌 글이 된다.
류성룡의 전쟁, 솔직함으로 재구성한 임진왜란


류성룡은 이와 동시에 자신이 겪었던 사건과 감정을 숨기지 않고 기록했다. 개인의 문집이더라도 정보와 사실만을 열거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던 조선 시대. ‘징비록’은 당대 보기 드문 솔직함으로 완성된 회고록이었다.
‘군량미가 바닥나서 명나라 장수들이 철군하자고 한다 (…) 계속 사과하면서 나랏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
‘(임금께) 이 말을 하면서 나는 감정이 북받쳐 오열하고 눈물을 흘렸다’
- ‘징비록’ 중
‘징비록’은 류성룡 사후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그러나 류성룡이 직접 쓴 초고가 국보로 현재 남아 있다. 전문가와 함께 친필 초고와 출간본을 비교하자, 이야기를 다듬으려 한 고심의 흔적이 드러났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징비록’에 숨겨진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적이었던 일본, ‘징비록’에 열광하다


조선의 뼈아픈 반성문은 뜻밖에도 바다 건너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는다. 에도 시대 일본에서는 전쟁 소재의 역사 서사 문학이 대중적으로 유행했다. 쓰시마를 통해 전해진 ‘징비록’은 이러한 일본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큰 인기를 얻는다. 상업 발달과 함께 성행한 도서 대여점을 통해 많은 이들이 ‘징비록’을 돌려 읽었다.
일본인들은 임진왜란 이후 100여 년간, 자신들이 맞서 싸운 조선 장수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징비록’을 통해 비로소 이순신, 김시민과 같은 조선 측 인물들의 이름과 행적을 알게 된 것이다. 제작진과 만난 일본의 한 전문가는, 당대 일본이 조선 왕조 측의 시각을 이해할 때 주로 ‘징비록’에 의존했다고 말한다.
일본 해군이 주목한 ‘징비록’의 교훈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해군 장교들이 주목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순신이었다. 일본이 ‘징비록’을 통해 임진왜란에서 배운 교훈은, 육군이 강해도 해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전쟁에서 패한다는 것이었다.
방송에서는 일본의 해군력 육성을 이순신과 ‘징비록’의 교훈에 연결해 살펴본다. 일본이 러시아 함대를 꺾은 뒤 한국을 강제 병합하며 대륙 침략에 나선 과정도 다룬다.
임진왜란의 참상을 기록한 ‘징비록’은 조선뿐 아니라 적국이었던 일본에서도 읽혔다. 일본 해군은 류성룡이 남긴 기록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전직 관료의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서 불멸의 글이 된 ‘징비록’의 이야기는 10월 11일 일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송되는 KBS1 ‘역사스페셜 시간여행자’ 40회에서 공개된다.
사진 : KBS 1TV ‘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